양육비 선지급제나 이행 명령 같은 건 장래 양육비를 청구하는 방법이고, 이미 못 받고 기간이 지나버린 과거 양육비는 받을 수 있을까요? ​

양육비, 한 번 안 주기 시작하면 몇 년이고 밀립니다. 빚쟁이처럼 매번 독촉할 수도 없는 문제고, 먹고살기 바빠서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자녀가 이미 성인이 되기도 하죠. ​

얼마 전 저희를 찾아온 의뢰인도 그런 경우였는데요. 16년 전에 남편과 이혼하면서 양육비 같은 문제는 협의를 안 했다고 해요. ​

당시 자녀는 중학생이었는데 이미 성인이 돼서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

과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결혼 자금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상담을 오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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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이 살아온 과정과 양육비에 관련된 아주 사소한 것도 다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소송은 의뢰인의 인생을 아예 바꿀 수도 있는 일인데 단편적인 상황만 듣고 무작정 진행할 순 없죠. ​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의뢰인과의 상담을 우선으로 하는 건 그 때문입니다. 단지 변호사로서 법률적 조언을 하는 것? 어떤 변호사도 할 수 있는 일이죠. 저희는 상담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의뢰인의 인생에 책임감을 가집니다.

​ 나의 말 한마디, 생각 하나가 의뢰인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자녀를 키우면서 쓰리잡을 하셨다는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같이 울컥하기도 하고, 화도 났죠. 그래서 더더욱 과거 양육비를 받아야 했고요. ​

의뢰인은 과거 양육비 청구에 소멸시효가 있다던데, 이미 기간이 지나서 걱정이었죠. 그 부분은 걱정 말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렸습니다. ​

양육비에 대한 합의가 애초에 없었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양육비 지급에 대한 청구권이 성립되지 않은 겁니다.

쉽게 말해 ‘매달 얼마씩 지급해!’라고 정하면 구체적 청구권이 생긴 거지만, 그런 게 없다면 청구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소멸시효도 없는 거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오신 의뢰인에게 과거 양육비 지급 판결문을 전달할 때, ‘변호사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한 편으론 다행이에요. 

그러나 기다림과 낙관만으로는 눈앞의 현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